<사진전>민병헌 MIN BYUNG HUN 새 사진전

김철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6 14: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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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 Min Byung hun []

전시일시;20201110() - 1202() (월요일 휴무)

오프닝;20201110()  6:00 PM

 

전시시간;10am - 7pm

장소;갤러리 나우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 16 (신사동 630-25)

02-725-2930 / gallerynow@hanmail.net

 

[서문]


수묵화 같은 아날로그 흑백 사진으로 한국 현대 사진을 대표하는 사진 작가 민병헌의 개인전 <>展 이 1110일부터 12 2일까지 갤러리나우에서 개최된다. 민병헌 작가는 아날로그 방식(Gelatin Silver Print)의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만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진가이다.


 민병헌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면 ‘희미함’이란 단어가 맨 처음 떠오르고, 흐르는 시간, 지금은 사라져버린 잊혀졌던 감각들이 느껴진다. 그는 동양적이며 동시에 서구적 회화 전통에 기반을 둔 채 ‘자연’을 주제로 연작 작업을 이어왔다. 눈 덮인 산야, 안개 낀 도시와 들녘의 하늘, 갈대 숲, 어둠, 나신(裸身)등 실재 현실의 풍경은 그의 ‘순간 포착’으로 담겼고, 그리고 섬세하고 덧없는 감동의 추상화로 발현된 독특한 이미지로 창조된다

작가의 관심사는 자연의 변형, 예를 들어 식물, , 바람, 폭풍, , 피어나고 사라지는 안개 등에 대한 그만의 재해석을 통해 작업에 이른다. “자연이 거기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거기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지거나, 모습을 바꾸면, 우리는 그제 서야 거기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오로지 결핍의 순간에만 다시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대단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 사소한 것,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들에 관심을 두고자 하며, 그것들을 정말 몸소 느낀다”. 이렇게 민병헌 작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음미하고 느끼며, 자연과 일체가 되는 자신만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그는 무엇보다도 처음 기록된 이미지에 인위적 조작을 가하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사진을 찍었을 때 자신이 보았던 것, 느꼈던 감각, 그러나 이제는 사라져버린 그 느낌을 생생히 재생시키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이 감각은 무한히 작은 것, 만질 수 없는 어떤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 작가는 자신이 어떤 것을 느끼는 찰나를 기다리고, 자신의 무의식이 명령하는 그 순간 마침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다시 암실로 돌아와 현상과 인화 작업을 거치며 그 찰나의 경험을 재차 반복하는 것이다.

 

 

<53, 11x14inch (28x35cm), Gelatin silver print, 2019>

 민병헌의 흑백 작품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듯, 시간의 밖에 놓여 있는 듯사적이고 은밀함 속에 격리된 것 같다. 비단처럼 윤택하고 은은한 회색조와 부드러운 종이의 질감은 시적이고 세련된 그의 창작 세계를 한층 더 강화시키며, 마치 한 폭의 수묵화 여백의 느낌, 보이지 않는 언어가 배태 되어 있는듯한 깊고 감동적인 미감을 뿜어낸다.


오늘날 동시대 많은 작가들이 디지털 사진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서 극도의 섬세함으로 이뤄진 민병헌 작가의 작품은 자연을 관찰하는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인간의 감성이 더해져 잊혀진 감성들을 다시 떠오르게 하며 인간본연의 고여있는 내재율을 끌어올리는 명상과 내적 성찰의 순간을 제공한다.

이번<>展은 민병헌 작가의<>연작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가 100년 이상 된 군산의 고택에 정착한 이후 자신의 작품들 속에 항상 새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새롭게 시작한 작업으로,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는 작가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인 새를 어떻게 완성도 있게 작품에 담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의 감동적이며 지난한 시간과 함께 한 그의 암실 작업들을 날것으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의 작품 일부는 20여년전부터 작업된 빈티지 프린트를 만날 수 있는 귀한 자리로 역동적으로 때로는 정적으로 자연 속에 있는 새의 모습을 포착한 민병헌 작가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20, 11x14inch (28x35cm), Gelatin silver print, 2019>

 

 

 

 

 

 


민병헌의 자연과 인체


 김선영(한미사진미술관 학예연구원)


 


느긋한 사진


바쁜 일상생활에 별 수 없는 현대인들은 무엇이나 잘 관찰하지 못한다.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이라는 옛말처럼, 기계의 속도에 익숙해진 우리 눈은 차창 너머 풍경을 흘려 보내듯, 보아도 보질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천천히 꾹꾹 눌러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 싶다는 갈증이 늘고, 그것이 가능한 누군가에 대한 경이감이 커져 가나보다. “자유롭게 사물을 바라볼 때 사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1]고 고백하는 민병헌의 사진은 우리 주변에 분명 달리는 속도가 아닌 걷는 속도로 봐야 하는 것들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필요할 때는 걸음을 멈추고 몇 번이고 뒤돌아서 되새김질해야만 보이는 것들도 있음을 깨우치게 해준다. 그가 말하는 자유로운 시각은 작업 인생 30년 안팎 동안 지루하게 좇은 촬영대상과의 숱한 만남, 집요하리만큼 신중하면서도 느긋한 대상들과의 소통, 이를 모두 허락한 무한한 시간성과 직결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한 해 내내 양수리 작업실에서 거의 혼자 지내는 내 삶은 느릿하고 단조롭다. 그 단조로움 속에 나는 나를 편안히 놓아 둔다. 그저 놀고 그저 쉬게 놓아 둔다. 사진 작업도 그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굼뜨게, 그러나 미련하도록 지루한 몰입을 거듭하면서.”[2]


실제로 민병헌의 작업과 시간은 뗄래야 뗄 수 없다. 시간 중에서도 꾹꾹 누른 긴 박자의 시간이다. 흑백은염사진의 고유한 공정과정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는 언제나 지루하고 더딘 시간을 곁에 두고 작업하며, 보는 이들 또한 그 시간의 두께를 공감하기 위해선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대상을 응시할 시간이 필요하다. ‘강태공이 세월을 낚듯’ 4x5대형카메라와 6x6중형카메라를 어깨에 이고 촬영대상을 찾아나서는 순간부터 이틀 혹은 사흘이 꼬박 지나도록 마음에 드는 자연의 모습을 담기 위해 자신과 사투를 벌이는 시간. 촬영조건으로 흐린 날을 고수해 온 탓에 내리치는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사진을 찍고, 암실에서 한 장 한 장 현상과 인화를 하며 보내는 고독한 시간. 마지막으로 육체적 한계선을 넘나들며 끌어가는, 예민하고 위태롭기만 한 보정(Spotting) 작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짧은 박자의 시간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울퉁불퉁한 돌덩이가 박힌 길, 자갈이 굴러다니며 잡초가 튀어나와 있는 거친 땅바닥을 찍은 《별거 아닌 풍경》연작(1987), 비닐하우스 틈새와 자갈들 사이로 새초롬히 자란 풀들을 재료나 기법의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찍은[3] 《잡초》시리즈(1991~1996), 골목길에 버려진 화분들을 촬영한 《죽은 화분》(1996), 인화지를 온통 담담한 회색조로 덮은 《하늘》(1996)과 《안개》(1998), 그리고 《설경》(2005), 《폭포》(2008~2010)에 이르기까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의 사진 속 특별할 것 없는 대상들은 우리의 눈이 결코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느긋한 감상과 음미를 갈구하고 이에 쉬이 공감함을 넌지시 알려준다. 느긋한 사진 속에 담긴 치열한 되풀이와 겁()과 같이 긴 시간의 무게. 이게 바로 민병헌 사진이 가진 힘이다.


 


자연과 인체의 어울림 


민병헌의 사진이 세상과 소통하게 된 것은 1984년과 이듬해에 파인힐 화랑에서 가진 개인전 《공간》(1984)과 《인디아》(1985)를 통해서다. 이후 1987년 바탕골 화랑에서 열린 《별거 아닌 풍경》전은 그가 ()’이라 일컫는 그의 사진이 알려지고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의 작업의 팔 할을 이루는 풍경사진의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한 이 연작은 특별할 것 없는 대상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듯, 대상 자체가 가진 고유한 기질로부터 미적 감수성을 터득한 민병헌의 명민한 관찰력을 보여줬다. 동일한 해에 사진집 『별거 아닌 풍경』(시각, 1987)이 출간되었고, 이후에 펴낸 사진집 『눈』(시각, 1991), 『잡초』(도서출판 호미, 2006), 『안개』(가현문화재단, 2011), 그리고 『폭포』(가현문화재단, 2011)는 자연시리즈의 한 맥을 구성하며, 민병헌 특유의 스트레이트 방식[4]의 흑백은염사진을 정립시켜나갔다.


1990년대는 그가 가진 결정적인 무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시기이다. “현상과 사물의 이미지 자체에 천착하는 모더니즘적 감수성[5]은 그의 무기로, 자연을 다큐적 기록이 아닌 사물성 자체를 헤집는 날카로운 통찰 안에 담았다. 미적 감흥으로 무장한 그의 사진들은 1990년대 한국사진의 흐름에 새로운 활력으로 부상하며 성가를 누렸다. 1980년대에 대거 유입된 메이킹 포토와 설치사진은 마치 사진의 본연을 집어삼킬 듯 무서운 기세로 한국사진에 편입하였지만, 민병헌의 사진은 그 일면을 감당하며 사진판도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당시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 및 사진축제가 기획한 일련의 전시들이 그의 사진을 소개함으로써 민병헌은 현대 사진풍토에 전통사진기법과 스트레이트 사진의 힘을 아로새겨 온 장본인이 되었다.


2000년은 그가 그동안 풍경을 담아온 눈으로 인체 작업을 시작하는 해이다. 사실 그는 젊은 시절에도 인체작업을 했었지만 그 결과물이 흡족하지 않아 2000년이 되어서야 그 세월의 흐름만큼 연마된 눈으로 인체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한다. 몸의 어떤 부분이든 살짝살짝 만 인화지 위에 드러나는 영롱한 형상들은 마치 그가 평생을 쫓아다녔음에도 여전히 그 속내를 쉬이 보이지 않는 자연의 새침한 속성과 닮아있다. 또 한편으로는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언제나 그의 희로애락을 감당한 예민한 감수성과도 닮았다. 그가 자연 속을 헤매며 자연의 몸을 찾아 다녔듯, 그는 몸 속에 숨은 자신의 기질을 여전히 찾아 헤매는 중이다. 결국 그에게 사진이란 자신 혹은 타인의 몸이든, 자연의 몸이든 눈먼 헤맴[6]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병헌의 자연과 인체는 모두 디테일에 천착하는 작가적 욕망과 그 끈질기고도 지루한 대상에의 탐구적 측면에서 여전히 한 맥을 이룬다. 그가 고백하듯 잡초도 산등성이도 바다도 폭포도 죄다 몸과 닮았다.”[7]


 


담백한 강


그가 선택한 촬영대상이 눈의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은밀하고 뭉근한 응시에 익숙한 것처럼, 민병헌의 사진은 은근한 중간 톤의 회색조로 채워져 자극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단조롭고 고요하다. 사실 민병헌은 이 담담한 회색 톤의 사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강》연작을 제외하곤 기존의 모든 자연시리즈들이 광원이 없는 중간 톤을 얻기 위해 흐린 날씨를 고수했다. 민병헌의 감성을 붙잡은 이 서정적인 프린트들은 그가 애초부터 눈에 담고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대상의 디테일들을 위한 방법론이다.


내게 빛은 중요한 요소다. 내게 빛은 직사광선이 아니다. 나는 확산되고 산란하는 광선들을 좋아한다. 힘이 없고 입체감과 원근감이 떨어지는 등 밋밋하게 보이기도 하나 나는 그 빛을 평생 좇아왔다[8]


그런 그에게 이번 《강》 시리즈는 새로운 시작이라 한다. 이 연작은 《잡초》, 《하늘》, 《안개》, 《나무》, 《설경》, 《바다》, 그리고 《폭포》연작을 잇는 자연시리즈이다. 사진들은 2년여에 걸쳐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 문호리와 두물머리 근방을 중심으로 촬영되었다. “내륙의 산악과 평야를 파행으로 흘러온 남한강과 북한강이 눈 아래서 합쳐지고, 거기까지 강을 따라온 산맥들이 다시 여러 갈래로 모이고 흩어져 하구를 향하는 대오를 갖추는 곳.”[9] 강과 강이 만나는 이 곳을 계절에 상관없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돌아본 결과물들이다. 기존의 자연연작들과 달리, 중간 회색톤 프린트를 위해 그가 촬영조건에서 제외했던 광원을 과감하게 포함시켜 햇볕이 내리쬐는 날, 밋밋해 보이던 풍경이 뚜렷한 음영을 나타내는 날에도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혹자는 《강》연작이 1987년 그의 이름을 알린 《별거 아닌 풍경》과 대칭점에 서있다고 한다. 《별거 아닌 풍경》이 그에게 시작이라면, 《강》은 그에게 또 다른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별거 아닌 풍경》을 찍을 당시 그가 촉각을 세웠던 대상을 향한 스트레이트한 시각을 다시 한 번 엄격하게 고수했다.





 

 

<71, 20x24inch (50x61cm), Gelatin silver print, 2019>

<135, 20x24inch (50x61cm), Gelatin silver prin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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