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 가장 많이 그려진 산은 어디일까요? 지금까지 남아 전하는 그림으로만 보면 단연 '금강산'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신령한 산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성지(聖地)처럼 여겨졌습니다. 금강산 유람은 풍류를 아는 이라면 평생에 한 번은 해봐야 할, 요즘 말로 하면 '버킷 리스트'의 맨 꼭대기를 차지했죠. 그래서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같은 걸출한 화가들의 그림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럼 그다음은? 바로 인왕산입니다. 궁금했죠. 금강산이야 원체 예로부터 이름난 명산이니 그렇다 쳐도, 그다음이 어째서 인왕산인가. 거리가 가까워서? 거리로만 따지면 경복궁 뒤편에 늠름하게 서 있는 백악산이 있고, 아래로는 남산도 있고, 좀 멀게는 관악산, 낙산, 북한산, 도봉산도 있죠. 도성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이렇게도 좋은 산이 많은데 왜 유독 인왕산 그림만 많은 걸까.
전국 팔도강산에 하고많은 명산이 즐비한데 어째서 화가들은 줄기차게 인왕산을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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