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지닌 세상의 모든 존재는 살아가면서 기쁨과 슬픔을 겪는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생활의 폭을 줄이고 있는 나날이다. 소중한 시간이 그냥 흘러가고 있다. 많은 사람 들은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종교에 의지한다. 때로는 햇살 따스한 날, 조용한 절집을 찾아 명상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절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먼저 여러 전각 들을 둘러 본다. 사찰 전각의 명칭은 그 속에 안치된 불상에 따라 다르다.
대웅전은 현세불인 석가모니불을 모신 기본 법당이다. 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하는 전각으로 번뇌를 끊고 고요히 빛나는 마음이라는 적광(寂光)의 의미를 가진다. 혹은 앞에 대자를 붙여 대적광전이라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적광전 중, 학계의 주목을 받는 전각이 경상북도 포항 보경사에 있다. 고요히 빛나는 공간, 그 적광전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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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오층석탑, 적광전의 가치를 입증
산사의 신선함과 신비로움을 제대로 느끼고 싶으면 이른 아침 첫 햇살 비칠 때 절집 입구 솔숲 속에 서 있어 볼 일이다. 경험해 본 적 없는 템플스테이를 휴식형으로 신청하고 보경사 경내에서 하루를 묵었다. 새벽예불이 끝나고 상큼한 찬 공기를 호흡하며 인적 없는 일주문 앞으로 걸어 나가 카메라를 들었다.
천왕문을 통과하면 보경사의 현존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법당인 보물 제1868호 적광전이 보인다. 예상대로 햇살도 건물을 비스듬하게 어루만지듯 비춰 준다. 좋은 풍경사진은 이른 아침 해 뜰 무렵에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빛은 법당 앞마당에 서 있는 5층 석탑 탑신의 상단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오며 비치기 시작한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03호 보경사 오층석탑은 적광전의 가치를 입증하는 역할도 한다.
‘보경사 금당탑기’라는 기록에는 ‘도인, 각인, 문원이 고려 현종 14년(1023)3월 이 탑을 세웠다’고 적혀 있다. 신라시대 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의 석탑이다. 오랫동안 일명 금당탑으로 불려왔다. 금당은 절의 본당으로 본존불을 모신 건물을 말한다. 전각 앞에 탑이 서 있으니 적광전은 금당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보경사 창건 당시의 이야기를 다시 봐야 한다. 신라 진평왕 25년(602)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지명법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한다. 스님은 한 도인으로부터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하는 팔면보경을 전수받고 귀국했었다. 내연산 아래 못을 메워 팔면거울을 그 속에 묻고 금당을 세운 후 절 이름에 거울 경(鏡)자가 들어간 보경사(寶鏡寺)를 창건했다는 설화이다. 이후 단 한 번도 명칭은 변하지 않았고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신도들은 지금도 그 거울을 묻었던 금당이 적광전이라 믿고 있다.
적광전 앞에 앉아 있는 작은 사자상은 귀한 것을 지킨다는 표시로 존재한다. 출입문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있는 사자상(상)과 왼쪽 사자상(하)